치치파파[고초취업]/취준생시절복기록

5. 교대근무와 현장, 두번째 이직 이야기

치치팸 2021. 4. 16. 23:02

재취업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두번째 직장에서 일어난 자세한 내용들은 별도 포스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좀 더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이야기와 이직 결심과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취업에 성공하고 합숙 교육과 첫 출근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높은 만족도와 자부심을 갖고 살았습니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며 주거비도 절약 할 수 있고 남들에게 말하기도 부끄럽지 않은 직장, 급여는 좀 적더라도 나쁘지 않은 복리후생 등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으며 살았죠.



모든 직장, 취업 전에는 그렇게 들어가고 싶다가도 직장인의 삶에 녹아 타성과 마주하면 퇴사를 생각하는게 당연하고 일반적인 패턴이지만, 그 시기가 얼마나 빨리 오는지는 직장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가지고 있던 기대감의 크기와도 함께 유동적이 되기도 하죠.

두번째 직장은 주5일제가 시행되고, 주말에 휴식을 취하며 근무조가 바뀌는 3조3교대 근무 형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이오리듬이 손상되는 교대근무 보다는 9 to 6 형태의 주간근무(Day, 일근, 상주 등으로 부르는 근무형태)가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벌겠다고 초과근무와 야간근무를 감수하는 건 결국 건강 및 수명과 작은 돈을 바꾸는 행위입니다.

야간근무를 처음 겪고 퇴근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외곽순환고속도로 이용시 30-40분, 국도로 시내 통과 시 50-60분의 통근 시간이 걸렸는데 잠이 쏟아져서 정신을 차리려고 창문을 모두 열고 줄담배를 피우며 버텼던게 아직 생생합니다.

지금이야 어떤 형태로든 교대근무 8년차가 되다보니 나름 적응을 하게 되면 그 정도로 힘들지는 않지만 생활 패턴이 자주 바뀐다는건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건 확실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주말을 고정적으로 쉰다는건 일반적인 교대근무자들에게 좋은 조건이지만, 저 같은 경우는 담당하는 상품(쉽게 생산라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의 특수성에 따라 토요일 특근이 강제된 상황이었고 야간주를 하고 공정을 비우고 퇴근하여 일요일 아침 9시 쯤 집에 도착하면 바로 다음날 월요일 오후조 출근을 위해 오후 2시 전에 집에서 나가야 했죠.

거기에 낮은 기본급으로 강제특근을 하면서 받는 초과근무수당은 터무니 없이 낮았기에 이러한 것들도 후에 퇴사 이유 중 하나가 됩니다.

근무형태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생산품 종류에 따른 규모 차이가 만드는 근무 환경입니다. 작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공정과 장치산업의 근무 환경은 크게 다릅니다. 공정 대비 직원의 숫자, 실질 노동 시간 등에서 큰 차이가 있기에 취업을 준비하시는 입장에서는 이 정도는 구분하시고 일하고 싶은 직장을 그려보시는게 좋습니다. 어느 것이 좋다라기 보다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개인 성향에 따라 더 잘 맞는게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후자가 더 잘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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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함께 일할 동료, 선배들에 대해 어떤 분위기,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는지이죠. 보통은 별 생각이 없다가 최종합격을 하면서부터 걱정을 하고 현장에 배치되고 점점 더 걱정이 커지죠. 특정 회사보다는 대부분의 현장직들이 겪게 될 일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대졸 엔지니어보다는 생산직 선배들과 보내게 될거니까요. 일을 하면서 서로 바쁘니 업무를 배우기도 어렵고, 자연히 일부는 아무 말 없이 알아서 배우기를 바라고 또 일부는 욕설과 윽박으로 나오게 되죠. 앞에서 말한 공정 종류에 따라 이 정도는 더 강해진다고 보면 되고, 공정 규모가 작고 사람 손이 많이 갈수록 이런 경향도 큽니다.

또 하나가 빠질 수 없는 술에 관한 이야기 인데, 요즘에는 어떤지도 잘 모르겠고 굳이 생산직에 한정되지 않는 것 같아 여기서는 별 다른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일단은 원래부터 희망했던 회사의 채용공고가 증설로 인한 대규모로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시 직장에 만족도가 컸다면 지원조차 하지 않았겠죠.

숫자로 나뉘는 직급체계에서 상위 급수로 입사하던 전문대졸 선배들과 달리 학력무관 채용으로 고졸과 같은 급수로 입사하게 되고 그에 따라 기본급이 굉장히 낮았습니다.
그에 따라 내 눈에 보이는 선배들의 근무경력에 도달 했을 때 내가 받을 보상은 당연히 적을 것이고, 그 승급 혹은 진급에 이르는 과정도 잦은 술자리, 써킹 등으로 혹은 그것이 동반되거나 유도되는 업무능력에 의한 것이었으니 좀 절망적이었죠.
대학시절 견학을 통해서 눈으로 보고도 실제 들어가 일하는 모습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달랐습니다. 생각보다 쉬지 않고 ATP를 소모하는 일이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소비재 공업에 생산직으로 종사한다는 것이 저의 성향과 맞지 않았고 이것은 장치산업인 원래 희망하던 회사의 공고가 나오며 더 증폭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말고도 크고작은 이유는 여럿 있었지만, 크게는 위와 같은 이유들 정도로 퇴사와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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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합격 후 입사시험은 주말에 있었고, 어렵게 핑계를 만들어 휴가를 내서 면접 2회와 체력검정 등을 하고 나니 어느새 합격문자가 왔네요. 발표가 나자마자 퇴사 의사를 밝혔고 즐거운 마음으로 두번째 직장 생활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렇게 현 직장에 오기까지 내용은 정리가 되네요.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부분들은 배제되었을 수 있습니다. 궁금하시거나 더 알고싶으신 점은 댓글로 질문주시면 아는 한 답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